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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작가

헨리 무어 Henri Moore

by 크레아K 2021. 9. 20.

와상(臥像): 아치形의 다리 Reclining Figure: Arch Leg

1969-70브론즈, 골든 브라운 파티나248.9 × 471 × 205.7 ㎝

 

 

작품 설명 

로댕에서 브랑쿠시, 자코메티에 이르는 유럽 현대조각의 흐름에서 빠질 수 없는 또 하나의 거장이 바로 헨리 무어(Henri Moore, 1898-1986)이다. 영국 요크셔에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난 무어는 일찍부터 조각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 권위 있는 런던의 왕립미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에서 수학하였다. 아카데믹한 학교수업보다는 대영박물관에서 접하는 아프리카나 신대륙의 원시조각과 중세의 미술품들에서 주로 영감을 얻은 무어는 1929년, 대표작 <와상(臥像) Reclining Figure>으로 종래의 고전주의 조각언어를 탈피하여 과감한 추상화를 시도했다. 당시 유럽을 휩쓸던 초현실주의의 전위적 성격을 반영하듯 길게 왜곡되고 단순화된 여인와상의 형태는 이후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더 추상적인 이미지로 변신하며, 무어는 명실상부한 현대조각의 대부로 자리매김했다.
트리니티가든에 있는 작품 <와상: 아치形의 다리 Reclining Figure: Arch Leg> 역시 무어가 평생을 추구한 테마의 변주이다. 흐르는 듯 유려한 형태는 다리와 엉덩이, 가슴의 곡선을 연상시키지만 인체의 묘사와는 구분되는 추상적인 조형을 보여준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무어는 석조에서 브론즈 작업으로 방향을 바꾸게 된다. 언뜻 생각하기에 거칠고 투박할 것 같은 청동의 느낌에, 무어는 우리가 흔히 강변에서 보는 조약돌의 반질반질한 표면효과를 부여했다. 이런 질감은 작품의 유기체적인 형태가 주는 부드러움과 어우러져, 마치 손을 대면 따스함이 전해질 것 같은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몸을 세운 상반신 부분과 길게 엎드린 하반신 부분의 조합은 마치 두 인물을 겹쳐놓은 것처럼 다정하게 맞닿아 있다. 부제 '아치形의 다리'를 반영하듯, 아치가 만들어낸 통로는 조각의 안팎에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 아치를 통해 보는 공간과 작품 자체가 보여주는 조각적 공간은 무어의 작품이 단순히 물리적인 조각의 영역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놓이는 공간 전체로 확대됨을 의미한다. 왜 세계적인 공원과 광장마다 무어의 작품이 들어서는지를 설명해주는 부분이다. 무어의 작품 앞에 선 관람객들은 작품의 주변을 돌며 조각품 너머의 공간이 변화하는 시각을 경험하고 어느새 작품과 한 공간에 어우러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지은(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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